자식을 키우는 것에 대해 대하여
얼마 전 둘째 아이가 수능을 보고 왔다. 한마디로 망쳤다고 한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남들만큼 노력한 대가치곤 굉장히 혹독한 결과였다.
지금 말하고픈 주제는 수능이라는 화두에
결론은 역발상의 매력이며
소제목으로는 궁즉통이 적절할 것 같다.
짧은 단어의 매력은 심플함이다. 융단폭격이 쉽다.
복잡한 상황을 설명이 길어질 수밖에 없고
설명이 길어지면 본질을 파악하기가 힘들어지고,
설명을 듣는 이도 짜증나고 헷갈린다.
이럴 때 속담이나 핵심을 관통하는 단어가 필요하다.
'수능'이라는 화두를 건네는 건 우리 집 막내가 수능을 보았는데 망쳤기 때문이다. 아이는 모든것이 허무하게 무너진 것에
대해 스스로를 책망하여 한 동안 고뇌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했다. 어떤 묘약이 필요할까? 한참을 고민해서 내린 결론의 한 줄은 '역발상' 이였다.
역발상,
사람을 자유롭게 한다.
한쪽에만 생각이 몰려있던 것을 그 반대쪽에도 탈출구가 있다는 건 얼마나 통괘한 일인가.
오래전 읽은 '도올 주역 강해' 중 '계사하전'에 '궁즉변 변즉통'이라는 말이 있다. 줄여 궁즉통이라 한다. 이 말을 풀이하면 '역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한다'는 말로 하늘이 도와 길하여 이로워진다는 말이다. 어쩌면 만물의 순환원리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의도치 않게 마주하게 될 일들이 있다.
바로 시련과 고통이다.
큰 틀에서 시련을 인수분해 해보면 4대 전공필수과목을 이수해야 이를 견뎌낸 사람이라 한다.
감방, 부도, 이혼, 암. 사실 나머지 것들은 시련축에도 끼지 못한다. 교양이나 학점 낮은 전공선택과목에 불과하다.
앞의 두 가지는 경제생활 속에 겪게 되는 일들이다.
살다 보면 사기치고 뒤통수 때리고
배신하고 남의 것을 강탈하고 이 모든 부도덕한 행위가
결국 따지고 보면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다.
우리네 삶이 동물의 왕국과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이 과목들을 통해
시련과 고통을 겪으면서 내공이 쌓인다.
이 고난을 뚫고 죽지 않았다면,
그에게는 책도 사부도 필요 없다.
그 사람은 대단한 내공의 소유자라 본다.
한강작가의 제주 4.3 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에서는 인선의 어머니를 이렇게 묘사했다.
어떤 기쁨과 상대의 호의에도 마음을 놓지 않으며 다음 순간 끔찍한 불운이 닥친다 하여도 감당할 각오가 몸에 뵌듯한 오랜 고통에 단련된 사람들이 특유하게 갖는 침통한 침착성으로._p 99
고통의 한복판을 살아냄의 강인함.
시간을 되돌려 학창 시절로 돌아가 본다.
수험생에겐 BTS의 노래가사처럼 피. 땀. 눈물
이 3가지 인간의 액체를 바가지로 흘리면서
첫 번째 인생의 내공을 쌓는다.
쌓고 싶지 않아도 '자동빵'으로 쌓인다.
아이의 수능을 위해 설악산 봉정암에 올라 기도. 참선. 바람을 통해 빌어보았건만 아이가 행한 피 땀 노력의 결실은 쓰리쿠션 없이 시로(파울)를 범했다.
앞서 말한 대학진학이 4대 전공필수과목도 아닌데 이까짓게 뭐라고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한단 말인가?
그러나 돌아서면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고민부터 떠나질 않는다.
'부력'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인생이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을 때
비로소 생기는 힘.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어보아야 생기는 힘.
아마 신의 섭리에 맡기는 신앙심도 부력의 일종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물 닿는 곳에 이르러 앉아 보니 구름이 일 때로다' 선사들이 좋아하는 시구라 한다.
막판까지 가보니 그 끝에서 구름이 피어오른다는 이야기를 가슴속에 새겨본다.
허나 마음이라는 것이 그리 좋게만 포장할 일도 아니지 않은가. 냉정한 전략 없이 부력에만 의존할 수도 없고 내가 나서야 할 것 같다.
지인의 자녀 중에 입시생이 있다면 우리는 이렇게 조언할 수 있다.
"대학이 뭐가 중요해. 다 자기 밥그릇을 타고나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는 게 중요해"
그러나 그 입시생이 바로 나의 자녀라면 그런 소리 입밖에 못 낸다. 왜 그런고 하니 우리는 너무 돈의 속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돈은 무엇인가? 화염방사기다. 요즘아이들은 화염방사기를 모른다. 요즘 말로 '토치' 다.
그 앞에서 고개를 쳐들고 있다간 간. 쓸개가 녹아내린다.
이 방사기 앞에선 장사 없다. 돈을 벌러면 피. 땀. 눈물이라는 인간사의 3대 액체를 흘려야 한다. 3대 액체를 조금 덜 흘리게 만드는 게 바로 학벌이다. 그래서 기를 쓰고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뜻되로 되지 않는다.
주어진 수능성적표를 들고 어디로 가야 할까?
지방국립대라도 갈 수 있을까.
내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으로 밤잠을 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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